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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영화 스피릿, 자유를 향한 야생마의 질주!

by 두루마리_휴지 2024. 5. 25.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2년 개봉 / 배급사 : 드림웍스

 

1. 줄거리

 서부에서 태어나 자유로이 드넓은 초원을 누비던 야생마 '스피릿'은 우두머리로서 무리들을 이끌며 살던 중, 우연히 숲 반대편에서 이상한 불빛을 보게 되고 어머니의 만류에도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스피릿은 생애 처음으로 인간을 조우하게 되는데, 그들의 물건이 신기해서 이것저것 건드려 보다가 자고 있던 사람들이 깨어버린다. 스피릿은 우두머리 다운 날렵함으로 그들에게서 도망쳐 무리에게로 돌아오는데 성공하지만, 무리를 지키기 위해 인간들을 반대 방향으로 유인하던 중 결국 인간들의 손에 잡히고 만다.

 스피릿은 그 길로 미군 기병대로 끌려가게 되지만, 호락호락하게 인간들에게 순종해 주지 않는다. 갈기를 자르려 하면 물고, 반항하지 못하게 다리를 묶으면 박치기를 했다. 그 누구도 제 등 위에 올라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묶인 인간 하나가 더 있었는데, 바로 라코타족 전사 '리틀 크릭'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순종하지 않는 스피릿에게 교감을 시도하지만, 그에게 역시 스피릿은 무시로 일관한다. 다음 날, 계속된 굶주림으로 힘이 빠져, 자신을 길들이려는 미군 대령에게 결국 고개를 숙이는가 싶던 그 순간! 스피릿은  어떤 말이라도 결국에는 굴복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일장 연설을 하던 대령이 잡고 있던 고삐를 물어 놓치게 하고, 힘으로 들어 올려 울타리 밖으로 날려버린다. 굴욕감에 화가 난 대령은 스피릿을 향해 총을 겨누고, 타이밍 좋게 손을 묶고 있던 줄을 끊은 리틀 크릭이 대령이 겨눈 총알을 빗나가게 하고, 그대로 스피릿에 올라탄다. 스피릿은 그대로 마구간으로 들어가 다른 말들을 묶은 줄을 끊어, 모든 말들을 탈출시킨다.

 드디어 자유다!라고 생각했던 스피릿이었지만 그 자유는 얼마 가지 못했고, 낯선 암말 '레인'과 함께 나타난 리틀 크릭의 부족원들에 의해 사로잡힌다. 그래도 리틀 크릭은 스피릿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스피릿은 레인과 함께 다니며 사랑도 싹 틔우고 차츰 마을의 어린아이와 교감하는 모습도 보이게 된다. 그렇게 라코타족 마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이전에 스피릿을 길들이려 했던 대령과 그 기병대가 마을을 급습하고, 리틀 크릭을 총으로 조준한 대령을 조우한다. 레인에 올라탄 리틀 크릭은 그럼에도 대령에게 덤벼들었고, 대령이 쏜 총은 레인에게 명중해 레인은 그를 구하려던 스피릿과 함께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총을 맞고 폭포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 레인 곁을 지키던 스피릿에게는 그 곁을 지킬 시간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미군이 그들을 발견하고 스피릿을 끌고 갔기 때문이다.

 스피릿은 라코타족의 다른 말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간다. 기운을 잃고 의기소침해진 스피릿과 그를 위로하던 다른 말들이 며칠을 달려 도착한 곳은 철도 부설 현장이었다. 스피릿과 다른 말들은 쇠로 된 증기 기관차를 끌고 산을 올라가야 했다. 산을 타고 오르던 중 스피릿은 철도가 자신의 고향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멈춰 선다. 스피릿은 기운을 잃은 척 연기를 하며 그대로 쓰러지고, 고리에 발이 묶여 끌려 나오는 도중에 고리를 풀고 탈출한다. 스피릿은 이내 열차와 다른 말들을 연결한 사슬을 걷어차 풀어내고, 비탈길에 굴러떨어지는 열차와 불길을 피해 정신없이 내달린다. 필사적으로 달리던 스피릿은 목에 걸려있던 사슬이 나뭇가지 틈새에 끼어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어디선가 리틀 크릭이 나타나 스피릿을 구해주고 둘은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안전한 곳에 도착하여 리틀 크릭과 편하게 쉬던 것도 잠시, 대령과 기병대원들이 그들의 뒤를 추격해온다. 놀란 리틀 크릭은 스피릿을 도망치게 하다가 총탄이 스쳐 쓰러지고, 스피릿은 다시 돌아와 그를 처음으로 제대로 등에 태워 그랜드 캐니언으로 들어간다. 리틀 크릭이 스피릿에게 탔다는 것에 신난 것도 잠시 대령의 병사들이 바짝 추격해오고, 둘은 환상의 호흡으로 병사들을 따돌린다. 하지만 도망치다가 그만 사방이 벼랑인 곳에 고립되고, 대령과 병사들은 그들은 결국 그들의 바로 뒤에 쫓아선다. 어떤 방법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스피릿은 뒤로 물러나 반대편을 응시하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전력으로 질주해 벼랑 끝을 박차고 그대로 벼랑 사이를 날아오른다.

 결국 스피릿과 리틀 크릭은 반대편에 구르듯 착지해 그랜드 캐니언을 빠져나온다. 반대편에 서 있던 대령의 병사가 총을 조준하지만 대령은 이를 제지하고, 스피릿을 인정한다는 듯이 모자를 눌러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쫓는 것을 그만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하여 신이 난 스피릿과 리틀 크릭은 라코타족의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을 보고 문득 레인이 떠오른 스피릿은 그 생각에 시무룩해지지만 리틀 크릭이 이내 휘파람을 불고, 마을 쪽에 있던 레인이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감격의 재회를 한 후, 리틀 크릭은 그간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자유를 쟁취한 그를 '스피릿'이라고 부르며 레인을 부탁하고, 그 둘과 작별 인사를 한다. 그렇게 완전히 자유가 된 스피릿은 레인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고향의 제 무리로 돌아간다.

 

 

2. 후기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언제나 자유를 갈망하던 한국의 십 대 학생에게는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 영화로 손꼽을 만큼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였다. 특히나 드넓은 초원을 자유로이 활보하는 야생마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시작 부분이나, 스피릿이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벽을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뛰어넘었을 때, 그리고 비로소 적이었던 대령에게까지 인정을 받으며 진정한 자유를 되찾았을 때의 두근거림은 평생 잊기 힘들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펼쳐진 초록의 대지 위,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야생마 다운 삶이 얼마나 멋진가!

 십 년 전 한국의 일반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나는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도 지각을 해서 복도 청소를 하기 일쑤였고, 하루 온종일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밤 11시가 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장래희망이 있었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는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어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길을 잃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부모님의 교육방식도 내게는 다소 강압적이었다. 부모님의 말에 토를 달았다간 혼쭐이 나기 일쑤였고, 실수로 시험 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엎드려뻗쳐 자세로 엉덩이를 맞았다. 숨이 막혔다. 나는 갇혀있는,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였다. 혼이 나도 대차게 반항할 엄두를 못 내었다. 하지만 억압된 마음만은 언제나 자유를 꿈꾸고 있었다. '스피릿'처럼 나를 옭아매는 것들을 박차고 언제든,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할 자유를 말이다. 스피릿처럼 나를 주춤하게 만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던, 성인이 된 지는 제법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용기가 필요해질 때면 이따금씩 들추어보게 되는 이 영화를,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