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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과 인간소녀의 동화같은 사랑, 영화 늑대소년

by 두루마리_휴지 2024. 6. 2.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1960년 가을쯤, 폐병을 앓고 있는 '순이'는 요양 차 엄마, 여동생과 함께 강원도의 한 산골 마을에 내려온다. 그 집에서 순이와 엄마는 한 소년을 발견하는데, 소년은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허겁지겁 감자를 먹어댄다. 경찰서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몰골을 보니 전쟁 중에 가족을 잃은 고아가 아닐지 생각하며 일단 집으로 들인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도 먹을 것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드는 소년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이 소년을 보호기관에 가기 전까지만 돌봐주기로 하고, 직접 씻겨주고 잠자리를 주고 밥까지 주며 챙긴다. 순이의 동생 순자는 소년을 데리고 동네 친구들과 같이 놀러 다니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순이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소년의 존재가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소년이 나쁜 아이 같지는 않았고, 어느 날 위험에 처한 순이를 소년이 구해주게 된 이후부터 순이는 소년에게 마음을 열고 글과 예절을 가르쳐준다. 소년이 행동하는 것이 마치 동물과 같다고 판단한 순이는 '애완견 길들이기' 책을 읽으며 소년을 훈련하기 시작한다. 가장 고민이었던 밥상에 달려드는 태도도 고치고, 잘할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해준다. '철수'라는 이름도 붙여주면서 말이다. 양치하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글자 읽고 쓰는 법 등, 순이는 철수에게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철수는 사람의 감정을 알게 되고, 순이를 좋아하고 의지하며 지낸다. 순이 역시 철수로 인해 웃는 날이 많아지는데, 철수가 갈 보육원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자 '그런 사람 없다'며 전화까지 끊어버린다. 철수에게 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 순이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철수는 순이가 노래를 마치자, 칭찬이라도 하듯 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철수를 좋아해 주었는데, 유독 철수를 싫어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지태'였는데, 순이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했던 사람의 아들로, 순이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순이 아버지의 회사를 가져갔다. 어느 날 순이를 짝사랑하는 지태가 술에 취해 깡패 친구들을 불러와 행패를 부리고, 그 과정에서 순이가 다치게 되자 철수는 늑대의 본성을 드러낸다. 늑대화 된 철수를 본 순이는 무척 놀라고, 지태는 철수가 괴물이라며 경찰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지태는 그 후 철수가 늑대인간임을 아는 과학자와 대령을 데리고 오고, 결국 마을 사람들은 철수가 늑대인간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언제 어떤 위험한 짓을 할 지 모른다는 지태와 대령의 판단에 의해 철수는 집 옆 창고에 감금된다. 하지만 과학자(강 박사)만은 철수를 지켜주려 은밀히 애쓴다. 갇혀 있는 철수를 볼 때마다 순이는 마음이 아팠고, 그런 순이를 철수는 계속 기다린다. 한 편, 지태는 철수의 본모습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도록 만들려고 애쓴다. 사실 철수는 정부에서 군사 목적으로 실험되어 태어난 늑대 인간이었다. 하지만 강 박사는 그가 사회성이 결여되어서 이렇게 되었을 뿐 학습을 시키면 잘 따라왔다며 사살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마음처럼 철수를 처리하지 못해 화가 난 지태는 염소 농장 주인의 머리를 내려치게 되고, 주민이 쓰러진 것을 철수의 탓으로 만들기 위해 철수에게 주민이 순이가 아끼는 기타를 훔쳐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순수한 철수는 바로 그 집을 찾아가 기타를 찾기 시작하고, 동네 사람들은 집안을 뒤지는 철수와 쓰러진 주민을 보게 된다. 철수를 오해한 대령은 철수를 사살하기로 하고, 순이는 철수와 사람들을 말리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태가 순이를 때리게 되면서 철수는 또다시 늑대화한다. 지태가 순이를 해칠 것 같다는 생각에 철수는 지태의 목을 물어 죽이고, 순이를 데리고 숲으로 숨어버린다. 순이는 철수를 지키기 위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모진 말로 철수를 떼어놓으려고 한다. 이때 철수가 처음으로 "가지 마"라고 인간의 말을 한다. 그래도 순이는 철수를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독하게 모진 말을 한다. 결국 철수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순이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철수가 지내던 창고에 '기다려 나 꼭 돌아올게'라는 쪽지만 남겨두고 말이다. 그렇게 47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할머니가 된 순이는 예전에 살던 그 집을 팔라는 부동산의 전화를 받고 손녀와 함께 강원도에 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는 철수를 발견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늙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 자신을 기다렸던 철수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철수는 순이가 헤어지면서 써준 쪽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고, 순이에게 그 쪽지를 내민다. 할머니가 된 순이는 '나 너무 늙었지?' 라고 말을 건네고, 늑대소년은 '아니에요. 여전히 예뻐요. 똑같아요. 눈도, 코도, 입도,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순이의 쪽지만을 믿고 하염없이 순이를 기다린 철수. 순이는 철수에게 인제 그만 기다리라며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철수는 47년 전 순이가 읽어달라고 부탁했던 책을 읽어준다. 순이는 다시 떠나고 그런 순이를 철수는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던 예전 약속을 떠올리며 혼자 눈사람을 만드는 철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2. 후기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 따위의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그들의 보호자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애틋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영화 속 철수에게도 나는 같은 감정을 느꼈다. 철수는 순이가 오기를 기다리며 바깥을 몇 번이나 내다보았을 것이며, 순이가 읽어달라고 했던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4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고도 결국 순이는 또다시 떠나갔는데, 허무하고 원망스럽지는 않았을까. 순이가 사람의 감정을 알려주기 이전의 소년이었다면 이렇게 계속 기다리지도, 슬픈 감정을 느끼지도 않았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나이 든 순이는 또 떠났지만, 늑대소년은 그 창고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월은 많이 흘렀고, 더는 철수가 위협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순이는 왜 나이가 들어서라도 철수와 함께 있어 주지 못했을지도 궁금해진다. 내게도 반려 고양이들이 있는데,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생명체들을 끝까지 잘 책임지고 함께 있어 주자고 다짐하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