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조선시대 남사당패의 광대인 장생은 힘 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공길을 데리고 도망친다. 그러던 도중 위험에 빠진 장생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된 공길은 충격에 빠진다. 과거의 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큰 판에서 놀고자 장님 상황극을 하며 두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양으로 올라온다.
장생은 한양 저잣거리에서 놀이패 육갑, 칠득, 팔복을 만나 뛰어난 재주로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큰돈을 벌어보고자 한양에서 연산군과 그의 애첩 장녹수를 풍자하는 놀이를 벌인다.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왕의 상선 김처선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왕 능멸 죄로 이들은 의금부에 끌려가 곤장을 맞게 된다. 심문을 받던 장생은 호기롭게 '그냥 죽기는 억울하니 왕에게 보여주기나 하라'며 '왕이 웃으면 희롱이 아니지 않느냐'며 나선다. 상선 처선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를 수용하고, 놀이패는 연산군의 앞에서 덜덜 떨며 극을 선보인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장생은 연산을 웃겨보려 고군분투하지만, 연산은 도통 웃지 않는다. 그때 공길이 기지를 발휘하여 반응 없던 연산을 웃게 하는 데 성공하고, 연산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를 마련해준다.
다음 날, 신하들은 선왕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며 광대들의 궁 내 거주를 반대한다. 연산은 분노하고, 이에 놀이패는 전국에서 재주꾼들을 모아 궁에서 다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게 된다. 왕에 이어, 자신들을 쫓아내려 한 중신들을 가지고 놀기 위함이었다. 연산은 그저 즐거워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중신들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신이 난 왕은 신하들에게 술을 따라주는데, 그들 중 한 명이 겁에 질린 듯 손을 떨자 찔리는 것이 있느냐며 추궁하고, 용서를 비는 신하의 손가락을 잘라 다른 대신들이 돌려보게끔 하는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에는 긴장감이 맴돌게 된다. 이후 왕은 공길만 처소로 불러 인형극, 그림자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중신들은 광대놀음을 반대하고, 화가 난 연산군은 공길을 불러와 그에게 자신의 과거 내면에 대한 상처를 인형극으로 보여준다. 한편 장생은 김처선으로부터 한 책의 내용을 연극으로 보이도록 명을 받는데, 시키는 대로 놀아야 하는 이 상황도, 자꾸만 공길이 왕에게 불려 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생은 공길에게 궁을 나가자고 말한다. 왕의 상처에 공감이 되었던 공길은 이번 연극만 하고 나가자며 장생을 설득한다. 그렇게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사랑하는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선보이는데, 연산군은 연극 내용과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 씨를 떠올리며 분노한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인들을 칼로 베어버린다.
공연마다 피바다가 되자 겁을 먹은 장생 패거리는 궁을 떠나려 하고, 공길은 궁을 떠나게 해달라 왕에게 간청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사이 왕에게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내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되고, 왕의 관심을 공길에게 빼앗긴 장녹수도 질투심에 휩싸여 계략을 꾸민다. 그 때문에 공길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지만 육갑이 공길을 구하다 죽고, 장생 역시 공길을 대신하여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히게 된다. 왕이 세상을 바로 보도록 하고자 광대들을 들여 이러한 상황들을 꾸미기는 하였으나, 공길에게 눈이 멀어 더 제정신이 아니게 된 왕을 지켜보던 김처선은 왕에게 정신 차리라며 직언하지만, 연산군은 오히려 분노할 뿐이었다. 왕의 처소에서 나온 김처선은 장생을 풀어주고, 공길을 버리고 궁에서 떠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생은 공길을 버릴 수 없었고, 도망치지 않고 궁궐에 남모르게 줄을 친 뒤 왕을 풍자하는 줄타기 놀이를 시작한다. 연산군은 처음에는 웃으며 보다가, 사내놈과 붙어먹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말에 대노하여 그를 죽이려 한다. 장생은 연산군이 쏜 화살을 피하려다 바닥으로 추락하고, 인두로 양쪽 눈을 지지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던 공길은 연산군 앞에서 인형 놀이를 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이는 미수로 그치게 된다. 좌절한 연산군은 연회를 열기 위해 김처선을 부르지만, 그는 다른 신하들로부터 중종반정에 가담해달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이미 목숨을 끊은 뒤였다. 연산군은 장생을 풀어 마지막 줄타기를 시키고, 공길이 달려 나와 그와 함께 줄타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때 연산을 끌어내리기 위한 반정군이 들이닥치고, 다음 생에 광대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두 사람은 줄의 탄성으로 공중에 몸을 띄우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2. 후기
공길의 인생이 참 기구하다.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았던 것은 장생이 언제나 그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왕이 자신의 상처를 인형극으로 보여주었을 때, 만약 내가 공길이었다면 내 기구한 삶이 더 급급해서 '왕이고 뭐고 네 상처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연산의 감정에 공감하여 마지막으로 그를 위로하기 위한 연극을 선보이려 한 공길이의 행동은 장생이 함께 있어 주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음에도, 양반도 왕도 아닌 광대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두 사람의 마지막 대사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여운을 주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치권력에 대한 허무감이 두 사람을 다시 광대로 나고 싶게끔 했을 것이다.
내용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워낙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이다 보니 생각하다 보면 필자는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볍게 보아도, 여러 번 보아도 즐거운 영화이니 한 번쯤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