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시작은 주인공 '용남'의 철봉 매달리기 장면이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산악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고, 지금도 그때의 힘과 운동신경은 여전해서 철봉 하나만큼은 잘한다. 그러나 취업 면접에서는 번번이 불합격 통보를 받기 일쑤인 대졸 백수. 누나들에게 구박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린 조카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는 신세이니 말 다 했다. 신세한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바로 어머니의 칠순 잔칫날에 사건은 터진다. 한 남자가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묻지 마 테러를 일으킨 것이다.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연기를 마냥 신기해하던 사람들의 눈앞에서 가스를 마신 사람들이 발작을 하다 거품을 물며 질식사하고서야 상황을 인지하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용남과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잔치를 즐기느라 바쁜데, 이때 가스통 하나가 날아와 건물 유리창을 깨고, 평화로웠던 잔치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도로에는 이미 가스를 마신 사람들이 쓰러져 꺽꺽대고 있었고, 가스는 가족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용남은 가스가 바닥부터 차오른다는 것을 눈치채고 옥상으로 대피하자고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사람들은 쭈뼛거리기만 하다가 옥상으로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도착하고 나서야 용남을 따라 옥상으로 향한다. 그러나 옥상 문이 잠겨있다. 열쇠를 가지러 1층에 있는 경비실까지 내려가려니 이미 아래층에는 가스가 차오르고 있었다.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때, 용남은 다소 무모한 생각을 하는데, 바로 자신의 클라이밍 실력을 살려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잠긴 문을 열겠다는 것이 바로 그 생각이었다. 가족들은 당연지사 무모한 짓이라며 용남을 뜯어말린다. 연회장의 부점장이자, 대학시절 용남이 고백했다 차인 동아리 후배 '의주' 역시도 말이다. 가족들이 달려와 만류하자 마음이 약해질까 무작정 건너편 건물 외벽으로 돌진해버리는데, 발을 헛디디지만 겨우 난간을 붙잡고 버텨낸다. 그렇게 반대편 건물 옥상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한 용남은 난간에 줄을 고정하고, 다시 원래 있던 건물의 구름 정원으로 점프하며 옥상으로 진입해 문을 여는데 성공한다. 겨우 옥상까지 올라왔건만, 휴대폰 라이트를 이용한 모스부호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SOS)' 신호에도, 노래방 기기를 가져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헬기는 번번이 그들을 지나친다. 모두가 지쳐가던 그때, 의주가 기지를 발휘해 건물 네온사인을 껐다가 키는 방법으로 구조 신호를 보냈고, 드디어 수색을 하던 헬기가 다가와 구조용 버킷을 내린다.
이제 헬기를 타고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용남과 의주만 남은 상황에 구조용 버킷이 만원이 된다. 용남은 가벼운 의주만이라도 버킷에 태우려 해보지만, 의주는 부점장씩이나 되어서 손님을 혼자 남겨놓고 갈 순 없다며 타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만이 옥상에 남게 된다. 의연한체 했지만 의주는 사실 버킷을 타고 싶었고 용남에게서 등을 돌려 몰래 운다. 가스가 점점 차오르는 이곳에서 헬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용남과 의주는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한때 산악 클라이밍 동아리 선후배였던 그들은 착착 필요한 용품들을 구비하기 시작한다. 로프를 챙기고 방독면과 간이 방호복을 입고 건물 바깥으로 내달렸다. 다른 건물로 이동하면서 정화통이 소진되고, 옮겨간 건물에 가스가 차오르는 어려운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건물로 이동해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마네킹과 등신대를 모아두고 사람이 많은 척, 꼼수를 쓰며 구조를 요청한다. 다행히 소방 헬기가 그들을 발견하고 구조하러 오는데, 이때 둘은 반대편 건물의 학원에서 어린 학생들이 고립되어 있는 걸 목격하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옥상 문이 잠겨 갇혔다며 겁에 질린 아이들을 위해 결국 눈물을 머금고 또다시 구조를 양보한다.
이후 근처에 위치해 있던 주유소에서의 2차 폭발로 가스가 폭압에 밀려 파도처럼 밀려오자, 용남과 의주는 가장 높고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되는 타워크레인까지 가기 위해 정말 죽을힘을 다해 이 건물 저 건물의 옥상을 달리고 벽을 탄다. 이때, 용남의 아버지가 칠순 잔치 축의금으로 매수한 드론이 용남과 의주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의 영상은 전국에 생중계된다. 방송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영상을 중계하는 방송국 제작자와 현장을 통제하던 구조 대원들, 피시방, 가정집, 음식점 등 모든 사람들이 이를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단 한 건물만 남은 상황에서 건물은 줄을 타기에 너무 멀리 있었고, 결국 용남과 의주는 자포자기하며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방송을 본 사람들이 각자 날려보낸 많은 수의 드론들이 두 사람의 주위로 몰려들고, 다 함께 프로펠러 바람을 날려 유독가스가 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울다가 정신을 차린 용남은 바닥에 그림을 그려 드론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용남과 의주는 생존에 성공한다. 다음 날, 용남과 가족들은 반가운 재회를 하게 되고, 도시 전역에 비가 내리며 가스 오염 구역이 축소되면서 마침내 사건은 마무리된다.
2. 후기
재난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보곤 한다. 실제로 나에게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따위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재난을 막을 수는 없다.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한 일을 재난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으레 재난영화는 비양심적인 누군가의 행동때문에 피해가 커지고, 어둡고 슬프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경각심을 주며 슬픈 결말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엑시트는 그렇지 않았다. 비양심적인 누군가는 존재했지만, 정의롭게 행동한 두 사람이 수많은 약자들을 구했다. 그들 역시 뼈저리게 살고 싶었다. 뒤에서 숨죽여 울만큼 말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리고, 나이들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양보했고, 그러면서도 희생하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했다. 그런 그들은 또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구해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 선순환과, 마치 영웅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아주 인간적인 면모들이 박진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